사건이 경찰에서 끝나도록 하는게 변호사의 핵심 역량입니다.
경찰 출신이다 보니 수사 단계 사건을 꽤 많이 맡고 있습니다. 변호사가 된 지도 벌써 12년 차가 되었네요. 중간에 경찰 수사관으로 일한 시간을 제외하면, 변호사로 실무를 본 기간은 5~6년 정도 됩니다.
저는 저를 찾아오시는 의뢰인들의 사건이 법원까지 가지 않게 하는 것을 ‘성공’이라고 봅니다. 사실 사건이 법원 단계로 넘어갔다는 것은 이미 너무 늦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무죄나 집행유예, 약식기소도 결과적으로는 사실상 실패나 다름없습니다.
AI가 범람하는 시대에 일반인도 서면을 쓸 수 있는 세상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수사관을 설득해서 사건을 **’불송치’**로 종결시키는 일은 변호인이 아니면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건이 접수되기 전, 피해자와 합의하여 아예 사건화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3자가 개입하면 사건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피해자를 설득하는 것 또한 변호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이미 사건이 접수되었다면, 그때는 수사관을 설득해야 합니다. 변호사가 멋진 서면을 쓰고, 깔끔한 정장을 입고 조사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핵심은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건,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에 수사관을 찾아가 사건의 본질을 설명하고 수사관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저는 아무래도 경찰 출신이다 보니 경찰서나 지방청을 드나드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투박한 사무실, 형사 당직실을 통과할 때 나는 특유의 냄새, 그 익숙한 분위기들이 마치 친정에 온 듯 편안합니다. 그래서 수사관을 만나는 게 제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호사가 수사관을 먼저 찾아가 사건을 설명하며 **라포(Rapport)**를 형성하는 것, 그리고 대화를 통해 유리하거나 불리한 증거가 무엇인지 파악해 내는 것이 형사 변호사의 핵심 역량입니다. 사건 규모가 크더라도 의뢰인이 수사에 협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참고인 조사만으로 끝내거나 피의자 선상에 아예 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불리한 증거가 있을 때 처음부터 수사 협조를 약속하는 것이 구속을 피하는 최선의 길일 때도 있습니다.
제가 가진 수사 철학은 간단합니다. “수사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래서 수사 전에 미리 수사관과 이야기하고, 피의자 조사 때 어디까지 협조할지, 무엇을 질문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입니다. 조사 전 예상 질문을 파악해 의뢰인을 준비시키고, 현장에서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변호사가 작성하는 훌륭한 서면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수사관을 만나 앞으로의 진행 방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최선의 방안을 의뢰인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변호사만이 자유롭게 수사관과 검사를 만나 설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의뢰인이 높은 수임료를 지불하는 이유가 바로 이 **’보이지 않는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방 사건이라도 “수사관님, 다음 주 수요일에 계시나요? 근처에 재판이 있어 들르는 길에 잠깐 인사 좀 드려도 될까요?”라고 연락했을 때, 오지 말라는 수사관은 없습니다. 아직도 많은 변호사님이 이 역할을 간과하시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의뢰인에게 들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결과는 이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오늘 경찰청에 다녀왔고 수사관과 이야기 잘 마쳤습니다. 이번 사건은 불송치로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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