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직도 아기 로션 냄새와 마시다 만 아침 커피 향이 남아 있는 상하이의 텅 빈 아파트에서 이 글을 씁니다. 손이 떨리고 솔직히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조차 모르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 이렇게 절박한 마음으로 글을 띄웁니다.
저는 몇 년 전 일 때문에 중국으로 건너온 미국인입니다. 상하이에서 생활하던 중, 운명처럼 한 한국인 여성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깊은 사랑에 빠졌고, 곧 함께 살며 둘만의 보금자리를 꾸렸습니다. 비록 구청에 혼인신고 도장을 찍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과 일상, 생활비까지 모든 것을 나누며 누구보다 끈끈한 사실혼 부부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2년 전, 우리 삶에 가장 큰 축복인 아이가 찾아왔습니다. 타국에서 아이를 낳고 서류를 정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너무 복잡했기에, 우리는 일단 당장 거주에 필요한 중국 현지 출생신고만 먼저 마쳤습니다. 미국 대사관이나 한국 영사관에 양국 출생신고를 올리는 일은 ‘조금만 자리 잡히고 여유로워지면 한 번에 정리하자’며 미루어 두었죠. 그때는 시간이 이렇게 덧없이 흐를 줄도, 우리의 관계가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도 전혀 몰랐습니다.
타향살이 속 육아는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길어지는 근무 시간과 문화적 차이, 기댈 곳 없는 고립감은 조금씩 우리를 갉아먹었습니다. 사소한 일로 언성을 높이는 날이 잦아졌고, 대화 대신 차가운 침묵이 집 안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아이는 제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퇴근 후 아이를 목욕시키고, 동화책을 읽어주며 마주하던 그 작은 미소만이 제 삶을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힘이었습니다.
그러다 3일 전, 퇴근하고 돌아온 집에는 오싹할 정도의 적막만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옷장은 텅 비어 있었고, 아기 침대도 온데간데없었습니다. 아내의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고, 메신저와 SNS 계정은 전부 차단되어 있었습니다. 이웃 주민에게 물어보니 커다란 캐리어와 유모차를 끌고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고 하더군요. 확인해 보니 제 가장 끔찍한 악몽이 현실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아무런 상의도 없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버린 뒤였습니다. 메모 한 장, 말 한마디, 작별 인사조차 없이 완전히 연락을 끊어버렸습니다.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저는 아이 엄마와 진흙탕 싸움을 하거나 아이에게서 엄마를 빼앗아 올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제 아이가 ‘아빠가 자기를 버렸다’거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하며 자라게 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아이의 곁에 머물고 싶습니다. 아이가 처음 학교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고, 손을 잡아주고 싶고, 제가 약속했던 그런 아빠로 곁에 남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마주한 법적인 현실은 거대한 절벽 같습니다. 우리는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였고, 출생신고도 중국에만 되어 있어 한국 서류상으로는 제가 아빠라는 흔적조차 없습니다. 모든 연락처는 차단당했고, 그 사이에는 국경이라는 거대한 벽이 가로막혀 있어 저는 그저 무력하게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외국에 있는 제가 한국 법을 통해 친자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법적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외국인 생부라도 한국 법원에 면접교섭을 요구해 아이를 만날 권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상대방이 모든 문을 걸어 잠근 지금, 저는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그저 제 아이를 다시 품에 안아보고 싶을 뿐입니다. 제발 제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상하이에서, 가슴이 무너진 아빠 올림”
국경을 넘는 사실혼 관계에서의 면접교섭권: 한국법상 알아두어야 할 핵심 쟁점
법적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국제 커플(한국에서 통상 사실혼 또는 동거 관계로 인정되는 형태) 사이에서 자녀가 출생한 경우, 부모의 권리와 면접교섭권을 둘러싼 법적 환경은 법률혼과 비교해 크게 달라집니다.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사례 중 하나는 어머니가 한국 국적자이고 아버지는 외국 국적자(예: 미국 시민권자)이며, 자녀가 한국의 모(母) 일방 가족관계등록부에만 출생신고된 경우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면접교섭권을 직접 행사하거나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지 여부는 어느 쪽 부모가 면접교섭을 청구하느냐에 따라 근본적으로 갈립니다.
아버지의 입장: 필수적 선행 절차인 ‘인지(認知)’의 필요성
반면, 비양육친이 외국인 아버지인 경우에는 법적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한국법상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혼인 외의 출생자로 분류됩니다. 어머니가 단독으로 출생신고를 마치면 자녀의 기본증명서상 ‘부(父)’ 란은 공란으로 남게 됩니다. 즉, 생물학적인 혈연관계나 과거의 동거 사실과 무관하게 법적으로는 부자관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결과적으로, 법률상 혼인 관계가 아닌 생부는 면접교섭권만을 단독으로 법원에 청구할 수 없습니다. 면접교섭을 허가받거나 강제하기에 앞서, 반드시 인지(認知) 절차를 통해 법률상 친자관계를 먼저 확정해야 합니다.
- 임의인지 (협의에 의한 인지):
양 당사자가 원만히 협조하는 경우, 아버지는 한국의 관할 시·구·읍·면사무소에 필요한 서류와 동의서를 구비하여 임의인지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 재판상 인지 (인지청구의 소 / 심판청구):
어머니가 친자관계를 부인하거나 인지 절차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아버지는 한국 가정법원에 인지청구의 소(또는 인지 심판청구)를 제기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통상 유전자 검사(DNA 테스트)를 통해 생물학적 친자관계를 입증하게 됩니다.
실무상 소송 전략: 병합 청구의 활용
인지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로소 면접교섭을 따로 청구하는 방식은 지나치게 긴 시간이 소요되며, 그사이 아버지와 자녀 간의 정서적 유대가 단절될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실무적으로 가장 효과적이고 표준적인 대응은 가정법원에 관련 사건들을 병합하여 동시에 청구하는 것입니다. 청구인은 하나의 소송 절차에서 다음 항목들을 동시에 다툴 수 있습니다:
- 법률상 친자관계 확정을 위한 인지청구
-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 양육비 청구
- 면접교섭권 허가 청구
아울러 본안 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와의 교류가 끊기지 않도록, 본안 청구와 함께 사전처분(임시 면접교섭)을 신청하여 절차 진행 중에도 면접교섭을 임시로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제사법적 고려사항
국경을 넘나드는 가사 사건에서는 국제사법에 따라 재판관할권과 준거법이 결정됩니다. 일반적으로 사건본인(자녀)의 일상적 거주지(상거소)가 대한민국에 있다면 한국 가정법원이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지며, 친자관계 성립 및 자녀 복리에 관한 판단 역시 한국 가사법 법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외국인 비양육친에게 있어 법률상 친자관계를 정립하는 ‘인지’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첫 번째 관문입니다. 일단 법적 부자관계가 가족관계등록부에 정식으로 등재되면, 한국 법원은 ‘자녀의 복리(Best Interests of the Child)’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내국인과 다름없이 한국법이 보장하는 부모로서의 권리와 면접교섭 권한을 동등하게 보장합니다.

